설레임의 설악!
그리움의 설악!
설악의 가을속으로 들어간다。
한계령에서 괜찮았던 하늘이 금새 돌변하여
짙은 안개가 앞을 가로막고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은
이제 물들기 시작한 단풍잎을 때리고
길게 늘어선 산객들을 적셔온다。
철 지난 푸른 옷자락 벗어 던지고
형형색색 오색단풍옷 갈아입은 설악!
드디어 귀때기청봉 오름길의 관문인 너덜지대에 당도한다。
봄이면 선홍빛 진달래가 만발하여 산객 여럿 기함시키는 곳
한걸음 한걸음 조심 또 조심해야하는 곳
내설악과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점봉산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의 남설악 조망이 압권인 곳
그러나 오늘‥
짙은 안개만이 산객을 반긴다。
그야말로 꿈속을 걷는 듯
허공 속을 걷는 듯
가랑비 맞으며 걸으며 젖으며‥
그렇게 한걸음씩 귀때기청에 가까이 다가선다。
고된 삶 다하고 죽어서도 고고한 자태의 고사목
북풍한설 맞으며 굳건히 서있는 고사목
아직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비를 맞으며 서있는 고사목
애잔한 생각에 다시 한 번 눈인사를 건네본다。
선홍빛 진달래는 폭염의 여름을 이겨내고
지금은 연약한 분홍꽃잎대신 자주빛 진한 잎이 되어 겨울을 준비한다。
산객의 생명줄과도 같은 하얀 동아줄‥
줄을 따라 너덜지대를 한 걸음씩 지나간다。
걷고 또 걸으며 드디어 귀때기청봉에 오른다。
행여 정상에 오르면 무엇인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없었다。
그냥 정상이기에 행복했고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하기에 담담했다。
……
안개속의 귀때기청봉‥
정상을 지나 대승령을 향하는 길‥
좌측엔 천길 낭떠러지‥
보이는 건 회색빛 허공뿐…
들리는 건 온몸을 싸늘하게 흩고 지나가는 갈바람 소리뿐…
사방으로 트인 기가막힌 조망대신
이 산객을 휘감아 도는 안개‥
조금은 실망이고
조금은 안타깝고
조금은 하늘님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산이 있고 두 다리 튼튼하여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눈앞의 설악만이 보이고
시원한 조망은 없어 서운하지만
곱게 물들어가는 설악을 느끼기에 기쁨이고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행복이다。
곱게 물든 진달래에 피어난 눈물꽃은 기쁨주고
가파른 계단길 수놓은 단풍잎은 행복주네!!
길고 긴 운무속 터널을 지나
드디어 대승령에 오른다。
이제부터 짧은 하산길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긴장이 풀리니 다리마져 풀려 후들거린다。
야속한 설악의 하늘‥
긴 산행 동안 끝내 열어주지 않더니
내림길에 들어서자 서서히 열아주고
걷힐 것 같지않던 짙은 안개마져도
말끔히 걷어간다。
온종일 안개속을 걸은 산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취하는 것일까?
아님 긴 산행 무탈하게 지나온 산객을 위로하는 것일까?
장수대로 내려서는 길엔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단풍이 산객일행을 반겨준다。^^
역시 설악이구나!!!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탄성소리가
갈바람타고 가을 설악산을 휘감아 돈다。
장수대앞에 우뚝!~ 솟은 가리봉과 주걱봉
아직도 운무에 휩싸여 그 멋진 얼굴 보여주질 않는구나‥
아직 설악을 전부 물들이지 않았지만
설악이기에 설레임이고
설악이기에 그리움이리라~
긴 산행, 힘든 걸음이었지만 설악의 품에 안김이 기쁨이고
설악산의 흙을 밟고 돌을 어루만짐이 또한 행복이다。
설악은 지금… 변신 중!
설악은 지금… 오색 분단장 치장 중!
설악은 지금… 가을이 익어간다。
설악은 지금… 오색단풍이 짙게 물들어간다。
설악은 지금
고운빛으로 산님을 유혹하고
설악은 지금
멋진 산님을 끌어 들인다。
설악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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