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기의 Story album/소소한 이야기

저녁무렵의 산책길에...[10월의 시]

능금꽃 2015. 10. 6. 22:15

 

자연에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것들도 있지요。

향기로‥ 소리로‥ 빛깔로‥ 서로를 부르고…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라 할만큼

국화의 진한 향기를 냄새로 느끼며

고운 단풍을 빛깔로 보지만 왠지 쓸쓸한 10월‥

 

 

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도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 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한점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 일지라도

자꾸 갈아 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 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 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 준 그 한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가을날 / 릴케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무거워져가는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에 없는 자는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토록 그렇게 살 것이며

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그를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헤맬 것입니다。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 / W·B·에이츠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외줄기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막집 짓고

아홉 이랑 콩 심고 꿀벌통 하나 두고

벌떼소리 요란한 숲 속에서 홀로 살으리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그리고 거기에서 얼마쯤의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으로 방울져 내리거든

한밤중에는 온통 빛나고 대낮에는 보라빛 광채가 있고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의 잔물결 소리 듣고 있으니

한길이나 잿빛 포도위에 서 있을 때도

가슴 깊은 곳에서 그 물결 소리 들리네。

 

 

 

 

10월은 / 박현자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황토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