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내 아주 어릴적, 장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酒생원과 친구 하시다‥
늦은 밤이 돼서야 거나하게 귀가 하시는 아버지를 싫든 좋든 마중을 나가야 했다。
시골밤의 무서운 귀신들 얘기는 동생과 꼭 잡은 손안에 잠시 가둬두고
다릿거리를 지나 큰 길가에 다다를 즈음이면 동네 뒷산에
엄마를 닮은 하얀달이 우리의 길을 밝혀주곤 했다。
약속이나 한듯 동생과 나는 노래를 부른다。
“보름달 둥근달 동산위로 떠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몇 번을 되돌려 불러야 저만치서 아버지의 답가(?)가 들려 온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아들 손을잡고 감자심고 수수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아버지~이!~”
약주에 취하시고 흥에 취하신 아버지의 귀에는
아직 우리들의 애가탄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노래하자 꽃서울 춤추는 꽃서울 아카시아 숲속으로 꽃마차는 달려간다”
아까부터 달린 꽃마차는 한참을 지나서야 우리앞에 아버지를 모셔다 준다。
“아버지!~”“아이고~내 새깽이들! 애비가 술 한 잔 히따!”
(한 잔은? 맨날 한 잔 이래?)
그제서야 동생과 내손에 갇혀있던 몽달귀신 달걀귀신들을 풀어준다。
싸립문을 들어서면 엄마의 잔소리에 아버지를 인수(?)해 드리고
동생과 나는 이불속에서…“보름달 둥근달”을 다시 부른다。
2010 정월 대보름날에…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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