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폭포의 비경을 품고있는 내연산 보경사계곡...(2009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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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자리 잡은 내연산 계곡의 보경사로 향하는 길‥
주차장에서 불과 10여분 남짓 걷는 이 길은 길가 수로를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을 보며, 또 그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이 무척 상쾌한 길이다。
지난 가을, 그리고 금년 봄 전국적인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이곳의 물 소리는 비교적 크게 내 귀를 즐겁게 했다。
주차장에서 내려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15분 정도 걸으면 눈 앞에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 “一柱門”은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門)이다。
문의 기둥이 한 줄로 늘어서 있는데서 유래한 명칭으로
한 곳으로 마음을 모으는 일심(一心)을 뜻한다。
사찰의 입구에 일주문을 세운 것은 신성한 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세속의 번뇌를 깨끗이 씻어내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向)하라는 뜻에서이다。
723년(신라 성덕왕 22년)에 일조대사(日照大師)가
인도에서 가져온 8면경(八面鏡)을 묻고 세웠다고 전해지는 보경사를 먼 발치로 보며
우선 오늘의 주 목적인 수량 풍부한 폭포들을 보기위해 계곡옆으로 난 산길로 접어든다。
보경사 좌측으로 이어진 계곡옆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숲길은
이처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의 합창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경상북도의 금강산이라 일컫는 이곳 보경사 계곡의 명성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한다。
이곳 보경사가 자리 잡은 해발 710m 내연산의 10여km에 이르는 주계곡 중에서도
12폭포를 으뜸으로 치는 연산폭포가 있는 학소대까지 약 2km구간은
십이폭포골이라 특별히 부를 정도로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그 위험요소마다 국립공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목재데크들이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40여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무렵‥
멀리 눈앞에 두 줄기의 물줄기를 쏟아내는 “상생폭포”가 보여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높이는 5m정도에 불과하지만 쌍을 이루어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위용이 그럴듯하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수량이 더 많아져서인지 시원한 물소리가 폐부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20여분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카메라셧터를 눌렀다。
상생폭포 위를 가로질러 놓인 철재계단 위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유난히 웅장하게 보인다。
귀가 멍!~ 할 정도로 귓전을 때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긴다。
산행 들머리인 보경사를 벗어나면서부터 이곳 보경사 계곡은
사방을 둘러 보아도 온통 이와 같은 기암 절벽들이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의 지질이 풍화와 침식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백악기 유천층군의 중성 내지
산성 화산암류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는데 주왕산 줄기와 이어진 이곳 내연산도 주왕산과 유사한
지질이어서인지 주왕산에서 느꼈던 기암괴석과 깨끗하고 맑은 물의 느낌이 흡사하다。
괴이하게 생긴 두 개의 구멍인 “관음굴”옆쪽으로 두 갈래 물줄기를 쏟아내는
“관음폭포”주위에는 행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부분 이곳에서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하며 자연이 빚어놓은 비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가들…
그리고 연산폭포로 향하는 20m높이의 다리가 아찔해 보인다。
그리 넓지 않은 장소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인파를 피해 사진을 찍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오르는 저 젊은이의 도전정신과 건강이 무척 부럽다。
절벽 바위틈에서 자라는 저 나무들도 암벽을 오르는 젊은이에게 성원을 보내는 듯 하다。
사고없이 무사히 등반을 끝낼 수 있기를…
오전 내내 찌푸렸던 하늘의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상청 예보대로 동해안쪽의 저온현상 때문인지 무척 시원한 날씨다。
보경사계곡 12폭포 중 가장 자태가 빼어나다는“연산폭포”로 향하는 구름다리인
“연산적교”를 지나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흔들거리는 이른바 출렁다리이다。
바닥에서의 높이가 20m정도인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높이 30여m에 이르는 비교적 큰 폭포인 연산폭포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20여m정도 떨어진 곳까지 물방울이 흩날릴 정도로 물줄기가 거세고 웅장하다。
사람이 없을때를 골라 폭포의 모습만 카메라에 담을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여유있게 기다려 본다。
30여m높이의 학소대 벽을 미끄러져 내리는 폭포의 굉음에 귀가 멍하다。
물론 바로 옆 사람과의 대화도 알아 듣기가 쉽지 않다。
구름다리인 연산적교를 건너 오며 이 광경을 본 이들의 입에서는 한결같이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연산폭포를 떠나 다시 보경사로 향하는 길‥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내려오는 길은 너무 상쾌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맑은 물과 그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오는 길이다。
하산길‥ 보현폭포 팻말 부근의 자그만 암자인 보현암 뒷편 언덕에
갓부처의 은은한 미소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좌상인 부처상 오른손 아래에 누군가 놓아 둔 동자승 인형과
그 앞에 모로 세워놓은 100원 동전의 모습을 보면서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보현암 갓부처의 미소 때문인지 보현암을 나와 잠시 산행길을 벗어나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자그마한 폭포 두 개가 있는 곳으로 물속을 걸었다。
두개 중 좌측의 이 폭포를 누군가는 “잠룡폭포”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분명치도 않지만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지‥ 마음속으로 보고 느끼면 되리라。
두개의 폭포 중 오른쪽 폭포이다。
누군가는 이 폭포를 “보현폭포”라고 했으나 그 또한 분명치 않다。
다만 자그마한 폭포의 모습이 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오전과는 달리 오후 하산길에는 시원한 계곡 바위위에서
밀어를 속삭이는 커플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계곡을 내려와 출발시 먼발치로만 보고 지나쳤던 보경사에 당도했다。
이제 보경사 경내를 천천히 둘러 볼 차례다。
한동안 이어졌던 장마비에 씻긴 담벼락이 유난히 깨끗해 보인다。
1677년(숙종 3년)에 중건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맞배지붕의
목조 기와건물인 적광전(寂光殿)앞의 적송의 모습이다。
적광전 바로 뒤에 자리잡은 대웅전의 모습이다。
팔작지붕으로 맞배지붕인 적광전에 비해 규모가 조금 크다。
특히 건물의 좌우 끝에 화려하게 장식된 귀공포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보경사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고목나무를 타고 오른 덩쿨 곳곳에 핀 예쁜 능소화‥
점점 맑아지는 파란 하늘이 너무 잘 어울리는 상쾌한 오후
내 마음도 덩달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길가로 기념품가게와 음식점과 먹거리들도 많다。
손칼국수, 도토리묵 등 등…
주차장에 막 발을 들이는 순간 꽃 말이 “순결, 존엄”인 참나리 꽃 한송이가 외롭게 피어 있다。
아래로 향해 피어있는 그 모습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이 연상된다。^^
내연산, 보경사계곡은 여러번 왔던 곳이지만, 언제 어느 계절에 와도 너무나 좋다。
오늘의 행복했던 여정을 떠올리며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