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꽃 2010. 6. 30. 14:30

《가락지나물》

 

손가락 마디마디 열 손가락 모두

사랑한다며 가락지 끼워 드리고 싶지만

행여 제 빈 마음 하나라도 무거울까봐

노란 미소만 보내옵니다。

 

 

《가래》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잔잔한 물결과 스치는 바람과

어쩌다 잠시 숨고르다가 획~가버리는 물잠자리와

내겐 높기만 한 하늘 하늘 당신뿐이었습니다。

 

 

《가솔송》

 

작아도 나무랍니다。

모진 비바람 속에서 클 수가 없어요。

하지만 작아도 사랑이랍니다。

당신을 향한 꽃망울은 한단지 랍니다。

 

 

《가시여뀌》

 

찌르지도 못하는데 가시라고 부르네。

버선목을 뒤집어 보일수도 없듯이

너를 지금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나는 너의 겉껍데기 밖에는 알 수가 없단다。

 

 

《가시연꽃》

 

내 살 내가 찢어가며 꽃피웠어요。

가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도 있는 거지요。

저를 보려면 물을 건너야 하구요。

저를 꺾으려면 가시에 찔려야 하지요。

 

 

《각시붓꽃》

 

마음없이 건성으로 휘이휘이 지나가면 못 만나

꼭 만나야지 눈 여겨 찾으면

여기도 있네 어머 저기도 있네。^^

 

 

《곰취》

 

내 잎이 곰발바닥을 닮았답니다。

맛나다고 자꾸자꾸 뜯어 갑니다。

꽃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그래도 웃으니 제가 좀 곰스럽지요?

 

 

《과꽃》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오늘도 내사랑이 피었습니다。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던 그 사람은

아마도 꽃이 핀 걸 모르는 것이겠지요。

 

 

《광대나물》

 

내가 왜 이럴까 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관중을 즐겁게 하라는 신의 뜻이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오늘도 딴따라 부르며 광대짓하러 갑니다。

 

 

《광대수염》

 

내 너를 위하여 너를 위해서라면

내가 사랑하는 너를 위해서라면

남들은 목숨도 바칠 수 있다는데

나야말로 이까짓 광대수염 하나 못 붙이겠느냐。

 

 

《광릉요강꽃》

 

그러길래 뭐랬어요。

있을 때 잘하라 했잖아요。

사라진 다음 울며불며 애걸복걸 하지 말고

지금 여기가 우리 마지막인 것처럼…

 

 

《괭이눈》

 

저를 보고 싶다구요?

죄송하지만 코를 땅에 대 주세요。

애개개!~ 요것도 꽃이냐구요?

제가 언제 꽃자랑 했나요?^^